본격적인 겨울 한파가 시작되면서 눈오는 날도 잦아졌습니다. 기상청에서 예보한 바와 같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많은 눈이 내릴 전망이라는데요. 눈 덮인 도로를 운전하는 일은 운전에 숙달된 운전자에게도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지면의 마찰력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자동차가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의 공포는, 겪어본 사람이라면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을 악몽으로 남으니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자동차를 두고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것이겠지만, 사정상 그럴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은 실정. 이번 편에서는 눈길 주행에서 주의할 사항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도심, 교외, 그리고 비포장 도로등 상황 별 안전 운전에 대해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눈보다 물이 더 무서운, 도심의 눈길 운전”
도심은 제설작업이 가장 빨리 이루어지는 지역입니다. 또한 ‘*열섬현상’ 과 차량 이동이 잦은 탓에 발생하는 마찰력 덕분에, 비교적 눈이 빨리 녹는 곳 역시 도심 지역입니다. 아주 특별히 많이 내리지 않는다면 오후 무렵 도로 대부분이 녹아 운전에 큰 무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자동차가 얼음 위에서 미끄러지는 원리는 얼음 자체가 미끄러운 재질이라서가 아니라, 사실 마찰력에 의해 녹은 얼음이나 눈이 녹으며 생기는 물 때문입니다. 마찰력은 타이어가 노면을 뒤로 미는 힘인데, 그에 대한 반력으로 노면이 자동차를 앞으로 밀어내는 구동력이 발생해 차량은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때, 노면과 타이어 사이에 물이 개입한다면 ‘*수막현상’이 일어나 일시적으로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때문에 눈이 녹은 도로라 하더라도, 항시 서행하며 타이어가 뒤로 물을 빼낼 시간을 염두에 두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열섬현상 (heat island) : 인구의 증가 · 각종 인공 시설물의 증가 · 콘크리트 피복의 증가 · 자동차 통행의 증가 · 인공열의 방출 · 온실 효과 등의 영향으로 도시 중심부의 기온이 주변 지역보다 현저하게 높게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도심을 중심으로 동심원상의 기온 분포를 나타내며, 열섬의 강도는 여름보다 겨울에, 낮보다는 밤에 현저하게 나타난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Basic 고교생을 위한 지리 용어사전, (주)신원문화사)
*수막현상(hydroplaning) : 자동차가 물 위를 달릴 때, 타이어의 홈을 통해 배수가 이뤄지기 때문에 마찰력을 상실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속도가 일정 이상 올라가면 타이어가 물을 튀길 새가 없어지기때문에 얇은 수막 위에 올라탄 형국이 되고 마는데, 이 때 노면과의 접지력을 상실해 순간 조향 및 제동이 불가능한 상태를 수막현상이라 일컫는다.
또한 이면도로의 경사로 또는 골목길도 위험한 곳입니다. 이 구간은 제설작업이 빨리 이루어지지 않기도 하며, 햇볕이 많이 들지 않아 겨울 내내 얼음이 얼어 있는 경우도 있는데요. 골목길 경사로의 경우, 좁아서 다른 차량이나 보행자와 충돌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집니다. 이런 골목길 경사로에서는 가급적 천천히 올라가되, 브레이크는 최대한 밟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완전히 멈춰섰다가 다시 출발할 때 바퀴가 헛돌 경우를 위한 대비책입니다.
일반 도로에서도 마찬가지로 최대한 멈추지 않고 달리는 것이 좋겠으나, 녹록치 않을 경우 평소보다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출발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겠습니다. 이는 멈출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동 변속기 차량이라면 ECO 모드를 이용해 출력을 줄여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접지력을 잃은데다 힘의 전달이 불규칙한 눈 위에서 강한 출력은 타이어 공회전을 유발해 더욱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 멀리, 더 천천히! 교외 도로 눈길 운전”
도심보다 교외에서의 겨울철 사고는 빈도수도 높지만 피해 범위가 크다는 점에서도 더욱 주의가 필요한데요. 도심에 비해 차량 통행이 적어 마찰력으로 녹는 눈의 양이 미미하며, 제설 작업이 빨리 이루어지지 않는데다 바람을 막아줄 고층 빌딩이 없어 기온이 훨씬 낮기 때문입니다. 겨울철에는 차간 거리를 평소보다 2배 이상 잡아야 하는데, 이는 비나 눈이 내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어딘가 남아있을 눈이나 얼음을 염두에 두어 항상 지키도록 해야 겠습니다. 한 편 눈이 많이 오는 날일 경우 최대 5배 이상의 제동거리가 요구될 때도 있으니, 차간 거리는 항상 생각보다 훨씬 많이 여유를 두시어 제동거리를 생각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눈이 내리고 있는 상황이라면 앞 차의 타이어 자욱을 보고 따라가는 것이 좋다는 말이 있습니다. 주의해야 할 것은 도심이라면 상관없지만, 통행량이 적은 곳이라면 오히려 반대라는 사실인데요. 차량 이동이 적은 도로일수록 앞 차량이 지나가면서 밟은 눈이 오랜 시간 후 도로 표면에 뭉쳐, 타이어 자국 모양의 빙판길이나 다름없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통행량이 없는 곳을 지날 때에는 서행하거나 미리 준비한 스노우 체인을 사용하여 안전 사고 방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도로 위에 쌓인 눈이 없다고 해도 외곽 도로 운전은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얼음이라 불리는 블랙아이스 때문인데요. 도로 위의 암살자라는 별명 까지 붙은 이 블랙아이스는 쌓인 눈이 결빙과 해빙을 반복하면서 검게 변해버린 경우를 일컫습니다. 불순물이 섞여 빛의 반사도 적은데다 색깔마저 도로와 같은 검은 색이라 피하지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블랙아이스는 주로 그늘진 곳, 코너의 가장자리, 다리 밑에 형성됩니다. 요즘같이 눈이 자주 내리고 기온이 낮을 때 요주지역을 통과할 시에는 더욱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타이어 공회전 주의, 겨울 비포장도로의 눈길 운전”
눈이 많이 내린 날에는 가급적 비포장도로 운행은 삼가고 포장된 도로 위주로 주행하는 편이 좋겠지만, 차선책이 없다면 다음의 주의 사항을 따라야 합니다. 우선 제설작업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을 들어 서행 및 조향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 건 필수인데요. 튀어나온 돌부리나 얼음 덩어리가 타이어와 충돌하며 방향을 흐트러뜨릴 수 있으니, 핸들을 두 손으로 힘있게 잡고 돌발상황에 대비해야합니다. 또한 도로 옆으로 논이나 낭떠러지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방 시야에 각별한 주의를 요합니다. 평소 자주 다니던 길이라도 무조건 서행하면서, 웅덩이나 진창 등의 위치도 주변과 공유해 서로의 안전을 도모해야 겠습니다.
비포장 도로 위의 얼음이 녹으면 진흙탕으로 바뀌어 바퀴가 헛도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데요. 만약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 못쓰는 천이나 주변 모래, 자갈 등을 가져와 진흙탕에 빠진 타이어 아래 깔아줍니다. 이 같은 방법은 진흙 위에 적절한 마찰력을 주어 탈출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또한 급격한 속도 변화와 마찬가지로 핸들 각을 크게 쓰지 않는 것 또한 유의 사항입니다. 조향 각도가 커질 수록 미끄러질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인데요. 도로가 미끄러울 때는 평소 조종했던 핸들 각도보다 차량의 각도 변화가 적을 때가 있는데, 이는 타이어가 그만큼 많이 미끄러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모든 조향은 부드럽고 천천히, 그리고 급하지 않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발전하는 주행보조기술, 4TRONIC 시스템”
4륜구동 차량이 미끄러운 도로에서 보다 더 안전한 운전 상황을 만들어준다는 건 대부분 잘 알고 계신 상식입니다. 4륜구동이 안전할 수 있는 이유는 구동축에 주는 힘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특정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곧바로 힘을 다른 곳을 분배해 곤경에 처하더라도 차량 스스로 이를 타개해 나갈 수 있게 합니다. 쌍용자동차의 4TRONIC은 4채널 방식에 ESP, TCS와 연결되어 있어 보다 능동적으로 험로나 미끄러운 길을 주파하는데요. 특히 눈길이나 빙판길에서 출발할 때 그 장점이 십분 발휘됩니다. 이는 미끄러운 길 위에서도 일반적인 전륜이나 후륜구동보다 훨씬 부드럽게 차체를 나아가게 합니다.
눈길이나 빙판길에서는 4H모드로 변경하고 타는 것을 권장하는데, 이 모드는 특정 속도에서도 아주 빠르고 민첩하게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상황을 인식하고 구동축에 걸리는 힘을 변경하기 때문입니다. 이 모드를 이용할 시,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것을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미끄러지더라도 이내 주행 궤도를 바로 잡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G4 렉스턴이 한국 도로공사 안전 순찰 차량으로 선정된 것도 차량 안전 뿐만 아니라 4TRONIC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자세제어가 가능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렇게 완벽한 시스템이라고 해도 완전히 의존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계절에 맞는 겨울용 타이어사용과 차내 스노체인 비치는 물론, 무엇보다 항상 서행하며 출발과 정지 조향 조작을 부드럽게 해야 한다는 점이겠습니다. 눈길과 빙판길에서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운전자의 섬세한 감각과 집중력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