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열 두 달 중 끝에서 두 번째에 위치한 이 달은 가장 마음이 분주해지는 기간입니다. 계절이 바뀌면서 감각을 예민하게 만드는 능력이 비단 가을에만 있는 건 아니겠으나, 곧 연말 파티로 메워질 12월 스케줄러를 상상하면 달라진 온도와 더불어 마음이 어지럽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11월에 태어난 사람의 탄생석이 ‘토파즈’인 것은 참으로 알맞은 처사 같습니다. ‘건강과 희망, 부활’을 상징하는 이 보석을 덜컥 11월의 목에 걸어준 걸 보면, 어쩌면 이는 연말 술잔치로 건강을 잃기 전에 미리 챙기라는 옛 사람들의 경고가 아닐까요.
■ 가을 하늘 처럼 청명한 11월의 탄생석 토파즈
하지만 현대인들에게 운동이란, 건강 증진 보다는 외모를 가꾸는 일의 연장선상으로 변모한 지 오래 되었습니다. 규칙적인 운동 보다는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한 번에 몰아서 하는 식의 방법을 택하기 시작했고, 그마저도 결과는 항상 참패로 끝나죠. 기초 체력은 점점 떨어지기 시작해 급기야 우리는더욱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아주 가끔 컴퓨터 바탕화면에 떠 있는 풍경을 볼 때면, 주말에라도 자연으로 떠날까 싶었다가도 막상 휴일이 돌아오면 그 마음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이렇듯 운동할 자신은 없지만 도시의 매연에 지친 분들을 위해 자동차로 오를 수 있는 산 BEST 5를 꼽아봤는데요. 1,261m의 고산부터 77m의 아담한 오름까지 다채롭게 준비했으니, 가을 정취 물씬 풍기는 산악 드라이브 코스를 함께 감상해봐요!
– 풍력발전기 사이로 흐르는 오프로드, “태기산”
태백산맥의 한 줄기 중앙산맥에 속하는 태기산은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과 평창군 봉평면에 걸쳐 있는 산입니다. 높이 1,261m의 퍽 높은 해발고도를 자랑하는 이 산은 본래 덕고산이라 불리던 것이 전해지는 이야기에 의해 태기산이라 고쳐 부르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이야기인즉슨 신라에 쫓기던 진한의 태기왕이 패배를 만회키 위해 성벽을 쌓고 항전했던 곳이라는 것. 태백산맥 출신(?)에 높이, 역사적 설화까지 갖추었으니 네임드 계열에 들어가도 손색이 없을 태기산입니다.
포장 도로 구간을 와인딩하며 손맛을 느끼다가 정상 부근에 들어서면 이어지는 오프로드까지 만날 수 있는 태기산은, 비포장도로 구간부터 가로수처럼 늘어선 풍력발전기 사이를 달리는 힐링 코스까지 만끽할 수 있습니다. 정상에서는 캠핑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나볼 수 있으며, 강원도에 위치한 만큼 겨울 설경도 멋진 곳이라고 하네요. 끝으로 일출과 일몰 스팟 둘 다 유명하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 주소 : 강원 횡성군 둔내면 화동리 태기산
• 드라이브 추천 코스
영동고속도로→둔내IC→장평 방면 6번 국도→2.7km→둔내→장평 방면 6번 국도→양구두미재
• 주변 관광 가이드 : 풍력발전단지, 태기산 양떼목장, 평창자연휴양림 등
-지리산을 자동차로? 사륜구동 장착 필수, “성삼재와 정령치”
험준하지만 고생을 감내할 만큼의 아름다움을 선사해 주는 절경이 모여 있는 곳, 지리산. 이 역시 자동차로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정상까지 갈 수는 없지만, 1,000m이상 갈 수 있는 고개가 둘이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갈 만한 가치가 있는 드라이브 코스입니다. 다만 길이 많이 험하다는 단점이 있는데, 특히 겨울에는 눈이 쌓여 더욱 위험하다니 운전 시엔 정신을 바짝 차려야 겠습니다. 눈이 오면 사륜구동이 장착된 차만 통과시키는 경우가 있으니 숙지하시고 헛걸음 하시는 일 없으시길 바랍니다.
■ 전북 남원시 지방도 737호선
우선 지리산 입구부터 시암재를 거쳐 성삼재까지 가는 코스는 주로 노고단이나 주리산 종주를 계획하시는 분들이 이용하는 코스인데요. 성삼재 까지라 해도 1,102m로 고도가 높은데다 앞서 말씀드렸듯 눈이 온 날엔 사륜구동을 장착한 차량만 통과시킨다고 하니, 절대 허투루 볼 곳은 아니겠죠. 내로라하는 운전 실력을 가지신 분들도 안전을 기하는데 아낌이 없는 곳이며, 특히 하산 시 저속 기어로 운행하라는 말도 심심찮게 보이는 걸 보니 여느때보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코스입니다. 천은사에서 성삼재까지 개통된 지리산 횡단도로(지방도 861번)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10km 길이의 이 도로 중간 마다 전망대와 휴게소가 잘 돼 있어 관광 하며 천천히 올라가기 좋습니다. 한 편, 성삼재 휴게소에서 노고단까지의 거리는 걸어서 40분이며, 이어서 임걸령, 삼도봉, 토끼봉, 명선봉, 형제봉, 촛대봉, 연하봉, 제석봉, 천왕봉 등의 주 봉우리들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단순 드라이브를 계획한다면 남원에서 넘어가는 정령치를 추천 드립니다. 1,172m로 성삼재보다 높으며 지방도 737번을 따라 가는 동안 어떤 계절이든 흐드러진 자연을 만나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코스입니다. 근처 오토캠핑장을 이용해 보는 묘미까지 빼놓을 수 없는 정령치 역시 매력 넘치는 산악 드라이브 코스 중 하나지요. 재미있는 것은, 성삼재와 정령치 모두 장군과 관련이 있는 이름을 가졌다는 것인데요, 성씨가 다른 장군 세 명이 지켰다 해서 성삼재(性三峙), 정(鄭)씨 성을 가진 장군이 파견돼 지켰다 하여 정령치(鄭嶺峙)라고 불린다 하니, 이름부터 실로 기운이 넘쳐나는 곳입니다.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는 지리산(智異山), 그 중에서도 장군의 가호가 깃든 두 고개를 알아봤는데요. 연말에 드라이브 다녀오시고 좋은 기운 가득 채워, 새해를 맞이하시길 기원합니다.
• 주소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 산110-6(성삼재 휴게소),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 덕동리 산215-23(정령치 휴게소)
• 드라이브 코스 추천
-성삼재 코스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 평택화성고속도로 → 논산천안고속도로 → 순천완주고속도로 → 구례 · 지리산 방면 우회전 → 천은사 → 달궁삼거리 구례 · 노고단 방면 → 노고단로 → 성삼재휴게소
-정령치 코스
경부고속도로 → 논산천안고속도로 → 순천완주고속도로 → 구례 · 남원 방면 → 춘향로 → 지리산 · 육모정 · 뱀사골 방면 → 정령치로 → 정령치휴게소
• 주변 관광 가이드 : 지리산국립공원, 천은사, 화엄사, 쌍계사, 섬진강매화마을 등
-인생 경치, 합천호와 어우러지는 오도산의 능선
■ 일출이 아름다운 오도산의 풍경
일출이 유명한 오도산도 빼놓을 수 없는 드라이브 등산 코스 중 하나입니다. 특히 오도산은 정상까지 자동차로 진입이 가능해 오토 캠퍼들에게도 인기가 좋은데요. 정상에서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보이는 오도산의 능선과 더불어 운해를 뿜어내는 합천호의 풍경을 본 이라면, 한 폭의 그림 같다는 말의 의미를 절절히 깨달을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야영장, 자연휴양림, 영화 · 드라마 세트장, 해인사 등의 관광 문화 시설까지 품고 있는 오도산은 특히 가족끼리 놀러 갈 만한 산악 드라이브 코스로 추천드립니다.
• 주소 : 경남 합천군 묘산면 산제리 오도산
• 드라이브 코스 추천
경부고속도로 → 논산천안고속도로 → 당진영덕고속도로 → 통영대전고속로도 → 광주대구고속도로 → 가조IC교차로 남하 방면 → 지산로 → 오도산
• 주변 관광 가이드 : 삼가 한우거리, 합천영상테마파크, 오도산자연휴양림 등
-청풍호 감상과 모노레일 체험까지, 비봉산
한 마리의 매가 날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여 매봉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비봉산은, 충주호를 내려다볼 수 있는 경치 감상과 모노레일 체험까지 즐길 수 있어 11월에 특히 인기가 많은 여행지입니다. 입산하지 않고 청풍호에 둘러싸인 산세를 바라보기만 해도 충분한 경관을 선사하지만, 자동차로 정상 근처까지 올라가서 동화속에서 튀어나온 듯 한 산책로를 걸어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 될 것 같습니다. 차량 이용 이외에 모노레일을 타고 오르는 방법도 있으니, 방문하기엔 최적의 시기인 11월, 비봉산으로 드라이브 다녀오시길 추천 드립니다.
• 주소 : 충북 제천시 청풍면 신리 비봉산
• 드라이브 코스 추천
경부고속도로 → 논산천안고속도로 → 여수대로 → 광주원주고속도로 → 중앙고속도로 → 금성 · 청풍 · 정방사 방면 → 청풍호로 → 청풍명월로 → 비봉산
• 주변 관광 가이드 : 청풍호, 청풍호 관광 모노레일, 청풍랜드 등
-낮다고 무시하지 마! 독보적인 존재, 제주 오름 수월봉
■ 제주도 수월봉 특유의 화산재 층리
77m의 낮은 높이에도 불구하고 독보적인 장관을 감상할 수 있는 제주도 수월봉은, 모 TV 프로에서 방송된 덕에 인스타그램에서 만나보신 분도 계실 텐데요. 제주도 특유의 화산재 층리를 관찰할 수 있는 건 물론, 로맨틱한 해안 경관까지 덤으로 선물 받는 수월봉 역시 정상까지 자동차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짧지만 강렬한 오름 코스도 이번 가을을 놓치지 말고 감상해 보세요.
•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경면 수월봉
• 드라이브 코스 추천
제주국제공항에서 중문 · 한림 · 신제주 방면 → 도령로 → 동광로 → 무릉 방면 → 칠전로 → 노을해안로 → 수월봉
• 주변 관광 가이드 : 수월봉 전기자전거, 금능 협재 해변, 저지리 생각하는 정원, 소인국테마파크 등
맑은 공기 마시며 아름다운 경치도 감상할 수 있는 산악 드라이빙 코스 알려드렸는데요.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라니, 큰 운동이 아니라도 한 번씩 떠나주는 것도 참 중요한 일로 느껴집니다. 건강과 희망을 상징하는 11월의 보석 토파즈처럼 항상 투명하고 맑게 빛나는 몸과 마음 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