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향등? 안개등? 경고등? 자동차 라이트, 상황별 사용하는 법

최근 상향등을 켜면 귀신이 보이는 상향등 복수 스티커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벌금을 받은 스티커 부착자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댓글들이 아주 많았던 것인데요. 그만큼 운전자들 사이에서 잘못된 자동차 라이트 사용이 문제라는 공감이 형성되어 있는 것입니다.

 

 

운전자들 사이의 어떤 약속과도 같은 자동차 라이트, 여러분은 제대로 알고 사용하고 계신가요? 운전 중 잠깐의 착각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오늘은 자동차 라이트의 사용 방법과 상황별 사용법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방향지시등 – “어디로 가는지 알려주세요!”

 

 

일명 깜빡이라고도 불리는 방향지시등은 말 그대로 내가 움직일 방향을 다른 운전자들에게 미리 알리는 역할을 합니다. 핸들 왼편 뒤에 있는 레버를 위 또는 아래로 움직여 이동할 방향을 표시하는 이 기능은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방향지시등은 자동차가 등장하고 한참 후에 등장한 기능인데요. 그 이전부터 자신의 진행방향을 알리는 신호체계는 이미 존재했습니다. 바로 수신호입니다. 운전석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면 왼쪽으로, 내민 후 지붕 쪽으로 손을 올리면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꾼다는 의미였죠. 이후 B필러에서 반사판이 튀어 나오는 방식도 잠시 도입됐다가 1938년에 전구 불빛을 이용해 방향을 바꾸는 지시등이 나오면서 오늘날에 이르렀습니다.

 

방향지시등의 의미는 단 한가지이자 매우 명확합니다. 지금 내가 차선을 바꾸거나 회전 할 것을 미리 알려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양보를 구하거나 혹은 주의를 기울여 달라는 신호입니다. 이건 매우 당연한 것이며, 전세계적으로 약속된 규약과 같습니다.

 

 

그럼 언제 켜는 것이 올바른 것일까요. 딱히 정해진 것은 없지만, 대체로 일반 도로에서는 차선이나 방향을 변경하기에 앞서 뒷 차의 거리가 비교적 가깝다면 지시등을 3초 전에 양보를 구하는 것이 좋고, 다소 거리가 있을 경우라면 3번 이상 점멸하는 것이 매너있는 운전일 것입니다. 고속도로의 경우라면 이보다 조금 더 여유를 두는 편이 좋습니다. 당장 사이드미러로는 거리가 있어 보여도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금방 좁혀들기 때문입니다. 5~6초 정도 여유를 두고 되도록 부드럽게 차선을 변경해주면 되겠죠?

 

핵심: 방향지시등은 이미 차선에 진입한 후 켜는 것이 아니라 진입하기 3초 전에 켜는 것!

 

 

전조등  – “시야 확보는 기본, 내 차량의 위치와 거리를 알려주세요!”

 

 

요즘은 전조등을 자동으로 켜주는 옵션들을 대부분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기 때문에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일몰 이후에도 계속 전조등을 켜지 않고 달리는 운전자들이 있습니다. 대게 깜박했거나, 가로등이 많고 다른 차량들의 불빛이 많기 때문에 본인은 달리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전조등은 전방 시야를 밝힌다는 의미도 있지만, 다른 차량에게 내 위치와 거리를 알려주는 기능도 동시에 수행합니다.

 

따라서 전조등을 끄고 달릴 경우 다른 차량들이 내 차량의 위치를 미처 파악하지 못하거나 거리 계산을 잘못하여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일몰 시간에는 거리감이 낮시간과 다르기 때문에 사고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전조등을 끄고 달릴 경우 대부분 후미등 역시 점등되지 않기 때문에 뒤따라오는 차량들에게도 잠재적인 위협이 됩니다.

 

전조등은 무조건 해가 넘어가기 시작하면 점등을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주변에 아무리 가로등이 많고 불빛이 강하다고 해도 반드시 켜야만 합니다. 최근 주간 상시 주행등(DRL)이 추가 돼, 야간 뿐 아니라 주간에도 위치를 알리는데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이 주간등 역시 전조등과 같은 맥락으로 낮시간동안 보행자 및 운전자가 나의 자동차를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안개가 낀 날이나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울 정도로 흐린 날에는 안개등을 켜기도 하는데, 밝은 날에 켜게 되면 다른 운전자를 도리어 방해할 수도 있으니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안개등은 뒤에서 좀 더 심층적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간혹 신호등을 기다리는 동안 앞차의 눈부심을 방지해준다는 이유로 전조등을 끄는 분들이 있는데요. 이 때 최소한 정지선 맨 앞에 서 있는 차량은 반드시 전조등을 켜줘야 합니다. 그래야 전방에 있는 마주오는 차량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있죠. 뒤에 서 있다고 해도 상향등이 아니라면 사실 눈부심은 크지 않기 때문에 애초에 끄지 않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핵심: 해가 서서히 질 때면 전조등부터 켭시다. 만약 귀찮다면 그냥 Auto로 두고 다닙시다.

 

 

상향등 – “전방에 차량과 가로등이 없을 때만 사용하세요!”

 

 

등화류 중 운전자들에게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바로 상향등입니다. 문제는 상향등을 켜고 다니는 사람들이 본인이 상향등을 켜 둔 상태인지 모를 때가 많다는 것인데요. 이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상향등 복수 스티커가 사회적 이슈가 됐을 만큼 운전자들 사이에 엄청난 반발을 일으키는 일 중 하나입니다. 게다가 최근에 출시된 차량은 광량이나 조도가 이전 차량보다 훨씬 더 밝고 날카로워졌기 때문에 마주오는 운전자나 앞서 달리는 운전자들에게 끼치는 피해도 훨씬 더 커졌죠.

 

상향등으로 전방을 비추는 상황은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가로등 불빛이 없거나 약하고 전방에 차량이 없으며,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을 때 주변 사물이나 도로를 확인하거나 혹은 표지판을 확인해야 할 때 뿐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사고의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이죠. 이외의 상황에서는 상향등을 사용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마주오는 차량의 상향등과 직접 맞딱뜨리거나 거울에 반사되어 비치기만 해도 시야가 완전히 사라질 만큼 상향등의 위험성은 무척 큰데요. 그럼 내 차량에 상향등이 켜졌다는 건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운전 중 계기판을 바라볼 때 위와 같은 표시가 되어 있으면 상향등이 켜진 상태라는 뜻입니다. 방향지시등 레버를 앞으로 밀 경우 켜지는 상향등은 실수로 켤 때도 많은데, 의도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정작 본인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운전 중 계기판을 수시로 확인하며 상향등 신호가 떠 있다면 빨리 레버를 다시 당겨서 꺼주세요.

 

★ 핵심: 괜히 지나가는 차들이 자꾸 경적을 울리고 라이트를 번쩍거린다면 일단 계기반을 먼저 바라봐주세요.

 

 

쌍라이트(패싱라이트) – “정중한 양보의 표현이지만…”

 

 

패싱라이트, 일명 쌍라이트라고 부르는 이 신호는 방향지시등을 앞으로 밀어 상향등을 켜는 대신, 안으로 당겨 깜박깜박 점멸하는 신호를 말합니다. 원래는 정중하게 양보를 구하는 신호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민감하고 공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주로 사용하는 건 추월을 할 테니 양보를 구하는 신호이기 때문에 Passing Light라고 부르는 것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신호를 굉장히 공격적인 신호로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그래서 일부러 더 비켜주지 않으려 하는 경우도 있죠. 그러나 거듭 이야기하면 이 신호는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는 신호이지 공격하는 의미를 담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사용하는 사람이 악의적으로 이 신호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마주오는 운전자 혹은 앞서 달리는 운전자의 거동이 뭔가 이상할 때 경고의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므로, 오해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건 인정합니다. 때문에 오해를 살 수도 있지만, 원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아두시면 내 차량에 문제가 생겼을 때 빠르게 알아차릴 수 있는 귀중한 정보가 된다는 사실, 기억해두시기 바랍니다.

 

★ 핵심: 패싱라이트를 계속 번쩍거리면 그건 분명히 공격적인 의미로 비춰질 수 밖에 없습니다. 1~2번 정도만 신호를 주면 어떨까요?

 

 

안개등 – “내가 여기 있으니 주의하세요!”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에게 질타를 받게 되는 것이 바로 안개등을 켜고 다니는 것입니다. 그리고 안개가 없는 날임에도 안개등을 켜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왜 그러냐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의 대부분은 ‘ 더 잘 보이니까.’ 입니다. 실제로 그럴지도 모릅니다. 안개등의 광량도 전조등 못지 않게 밝은 편인데다 전조등처럼 직진성을 띄는 불빛이 아닌 확산성을 띄도록 렌즈를 설계했기 때문에 당장 주변 시야가 밝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안개등이 안개등인 건 안개낀 날 내 존재를 앞차에게 알리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시야 확보의 목적보다는 존재를 알리는 경고등의 의미가 더 큽니다. 안개등을 대체로 노란색 전구로 사용해온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좀 더 명확히 신호를 주기 위함이죠. 이런 용도의 안개등을 맑은 날에 사용할 경우 상향등만큼은 아니지만, 분명 앞서 달리는 차량이나 마주오는 차량의 시야에 분명히 방해를 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짜증을 유발하고 시야를 방해하는 것은 후방 안개등입니다.

 

주로 수입차량에 적용되는 후방 안개등은 원래 눈이나 비가 많이 내리는 유럽 지역에서 많이 사용되는데, 뒤따라오는 차량에 내 존재를 명확히 알리고자 장착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안개등은 빛의 굴절률이 높은 안개가 낀 날이나 비가 심하게 내리는 날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되어야 하나, 우리나라에 오면서 잘못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시야확보와 같은 편의적 목적도 아닌,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켜두고 달리는 때가 많은데, 안개등 자체를 끄면 함께 꺼지는 라이트이기 때문에 안개등을 켜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안개등은 대개 핸들 레버에 회전 버튼 식으로 설정이 가능하니 꼭 확인해보세요!

 

 핵심: 거듭 이야기하지만 안개등은 안개가 낀 날 사용하기 때문에 안개등입니다.

 

 

경고등 – “다양한 의미가 있어요!”

 

 

경고등은 전방에 위급한 상황이 발생해 주변 차량들에게 위험을 알릴 때 사용됩니다. 크게 긴급한 상황에서 양보를 구할 때와 차량 고장으로 멈춰서 있을 때 가까이 오지 말 것을 알릴 목적으로 사용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방향지시등이 동시에 점멸되는 경고등은 사실 우리나라에서 조금 특이하게 사용되는 등화류입니다. 외국에서는 이 라이트를 Warning Light 또는 Hazard Light라고 부르는데, 단어 뜻 그대로 위험을 알리는 목적으로만 사용됩니다. 그래서 간혹 외국에서 운전을 하다가 뜻하지 않게 양보를 받고 습관처럼 경고등을 점멸하면 다소 난감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그들에게 이 등은 “위험, 가까이 오지 마시오!!” 라는 강한 의미니까요.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죠. 원래 의미인 경고의 신호를 보낼 목적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양보해줘서 고맙습니다. 라는 인사의 의미도 있으니까요. 이는 원래 목적과는 좀 다르지만, 그래도 우리나라만의 좋은 교통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유가 있기는 합니다. 예전에는 양보를 해주면 손을 들어 고맙다는 표시를 했지만, 자동차의 틴팅이 짙어지면서 도저히 수신호로는 의미를 전달할 수 없어서, 궁여지책으로 누군가 사용한 것이 오늘날 소통까지 이른 것이죠. 이미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습관이 되었으니, 만약 양보를 누군가 해줬다면 2~3번 정도 점멸해서 인사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 핵심: 양보를 받았다면 인사를 합시다. 다만 외국 여행 중에는 사용하지 마세요. 더 큰 일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제대로 사용하면 사고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자동차 라이트

 

소개해드린 것처럼 자동차 라이트는 제대로 사용 한다면 사고 위험과 확률을 크게 낮출 수 있는 기능이지만, 자칫 잘못 사용할 경우 오히려 사고 확률을 높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정확히 알고,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좋겠죠? 매너 있는 운전으로 오늘도 안전운전하세요~!